REBT(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 즉 합리적 정서행동치료는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Albert Ellis)가 1955년에 창시한 인지치료 이론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해 개인이 갖는 비합리적 신념(Irrational Beliefs)"이라는 주장이다. 즉, 인간의 정서와 행동은 외부 사건(A)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해석(B)에 의해 좌우되며, 비합리적인 신념은 불안, 분노, 우울과 같은 부정적 정서와 부적응 행동을 유발한다.
엘리스는 이러한 신념을 인식하고 도전함으로써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신념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보다 건강하고 긍정적인 정서와 행동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사회복지 실천에서 특히 중요하다.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인식을 갖고 있을 때, REBT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재구성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ABCDE 모델 설명
엘리스는 REBT를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ABCDE 모델을 제시했다.
- A (Activating Event): 사건, 상황, 자극. 개인에게 발생한 어떤 외부의 자극이다.
- B (Belief): 신념. A 사건에 대한 개인의 생각, 해석, 믿음이다.
- C (Consequence): 결과. B에 의해 나타나는 정서적 혹은 행동적 반응이다.
- D (Disputation): 논박. B의 신념이 비합리적이라면 이를 인식하고 도전하는 단계이다.
- E (Effect or new Effect): 새로운 효과. 논박 후 형성된 보다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신념과 그로 인한 정서적 변화이다.
이 모델은 단순히 ‘사건 → 감정’이라는 도식이 아니라, ‘사건 → 신념 → 감정’이라는 사고과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는 내담자와의 상담에서 내담자의 신념 체계를 파악하고, 그 신념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인지를 도와주는 것이 핵심이다.
사례를 통한 설명: 청년 실업 문제로 인한 자기비하와 우울감
1. A (Activating Event): 구직 실패
25세 청년 박 모 씨는 졸업 후 1년째 구직활동을 하고 있으나 번번이 면접에서 탈락한다. 최근 희망하던 대기업 최종 면접에서도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2. B (Belief): 비합리적 신념
박 씨는 "나는 능력이 없고,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 인생은 실패다."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과도한 일반화(overgeneralization)와 개인화(personalization)는 대표적인 비합리적 신념이다. 엘리스에 따르면 이러한 신념은 개인의 자존감을 훼손하고 정서적 고통을 심화시킨다.
3. C (Consequence): 정서적, 행동적 결과
이러한 신념은 박 씨에게 다음과 같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 정서적으로는 무기력감, 우울감, 자존감 저하
- 행동적으로는 구직 활동의 중단, 인간관계 회피, 하루 종일 방 안에만 있기
이러한 결과는 결국 사회적 고립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4. D (Disputation): 비합리적 신념에 대한 논박
상담자는 박 씨의 신념이 과연 사실인지 질문을 던진다.
- "정말로 모든 회사가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요?"
- "과거의 실패가 앞으로의 모든 가능성을 의미하나요?"
- "불합격의 원인이 정말 당신의 무능력 때문일까요, 아니면 경쟁률이 높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질문을 통해 박 씨는 자신의 사고가 사실과 다르며, 스스로를 지나치게 평가절하하고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때 논리적, 경험적, 실용적 논박이 병행되어야 효과가 높다.
5. E (Effect): 새로운 합리적 신념과 긍정적 감정
박 씨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신념을 형성하게 된다.
- "내가 지금까지 탈락했다고 해서 무능력한 것은 아니다."
- "지금은 힘들지만 나에게 맞는 곳을 찾을 수 있다."
- "나는 노력하고 있고,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다."
이러한 새로운 신념은 박 씨에게 희망과 자존감을 회복시키며, 다시 도전해보려는 동기를 부여한다. 실제로 그는 이후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 눈을 돌리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사회복지 실천에서의 REBT의 활용
REBT는 단지 심리치료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복지현장에서는 다양한 클라이언트가 겪는 자존감 저하, 자기비난, 우울, 분노와 같은 문제들을 다루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유용하다.
- 아동 및 청소년의 정서문제: 학교폭력 피해자, 학업 부진으로 인한 자기비하를 겪는 청소년에게 긍정적 사고를 심어줄 수 있다.
- 가정폭력 피해자: “내가 맞을 짓을 했으니 벌받는 게 당연해”라는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데 효과적이다.
- 노인복지 영역: “나는 쓸모없는 존재다”라는 신념을 가진 독거노인들에게 삶의 가치와 의미를 재구성하게 한다.
- 장애인 인식 개선: 자기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사회적 낙인에 위축된 장애인들이 자신을 재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REBT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기보다는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을 바꾸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회복지사는 단순한 상담자가 아닌, 클라이언트의 인지적 재구성을 돕는 촉진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결론
Albert Ellis의 REBT 이론과 ABCDE 모델은 부정적인 정서나 행동의 원인을 외부 사건이 아니라 그에 대한 개인의 비합리적 신념에서 찾는다. 이는 인간의 정서를 ‘인지’라는 렌즈를 통해 이해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다.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이 이론을 적용하여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부정적 사고를 인식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신념으로 바꾸어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이론적 도구를 넘어서, 실제로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실천 방법이 될 수 있다.